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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생각

아빠 보이스피싱 당하다.

by 그럼그렇지 2024.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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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아빠는 걱정이 많으셔서 자식들이 사기를 당하지는 않을까 이런저런 사기/사건 관련 문자를 자주 전달해 주신다. 매사 꼼꼼하고 의심이 많으신 아빠가 어제 한참 엄마 복지관 수강 신청에 몰두하고 있던 순간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하셨다.

"아빠 보이스 피싱 당했다!. 누나들도 연락이 안 되니 네가 누나들에게 연락해서 아빠 전화번호로 연락이 가거나 이상한 연락이 오면 받지 말아라! 뚝!"

바로 누나들에게 전화를 해봤지만 받지 않았다. 단체톡에 글을 남기고 매형들에게까지 연락을 하라고 일러두었다.

평소 아빠 문자."속지맙시다!!"가 눈에 띈다.

 

그리고 저녁 아빠에게 전화를 통해 자초지종을 들을 수 있었다. 얼마 전 카드를 해지했는데 문자로 카드가 발급됐다는 ㅁ누자가 왔더란다. 그래서 문자에 있는 번호로 전화를 하니 누군가 아빠 이름으로 카드를 발급했으니, 금융감독원까지 들먹이며 확인을 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금융감독원........ 항상 조심하라는 금융감독원......

그래서 무슨 어플을 깔고 접속을 하라고 했더랜다.....그래서 또 친절이 깔으셨단다........

그리고 원격접속을 하라고 했더랜다....그래서 또 친히 원격 접속을 수락하셨다고 한다.....

그래고 정확한 확인이 필요하니 주민번호를 알려 달라고 했더란다........ 그래서 또 또박또박 주민번호를 하나하나 불러 주셨단다....

하........ 금융감독원,,,,,,,,주민번호,,,,,,,,,,

그러고 다시 개인 신상정보를 물어보더란다....... 여기서 뭔가 이상함을 느낀 아빠가 (일찍도 느끼셨네.....) 그제야 "너네 보이스 피싱이지!!!라고 하니 얼버부리 더니 끊더란다....... 그리고 원격을 종료하려고 하니 원격 종료는 안되고........ 전화로 걸 수 없고,,,,,,해서 강제 종료하고 급하게 전화를 하셨다고 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아빠는 폰뱅킹을 하지 않으셔서 핸드폰에 뱅킹 관련 정보가 하나도 없으시다고 했다. 그리고 은행으로 바로 가셔서 이체와 관련된 서비스를 모두 중지하고 상담을 받은 후 안심하고 집에 오셨다고 했다.

멘트 하나하나가 보이스피싱인데 왜 그걸 속으시냐고 하니 너무 진짜 같아 나도 모르게 홀리듯 끌려가셨다고 했다. 

모든 사건, 사고는 나는 다 알고 할 줄 안다고 방심하는 순간 발생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하고 싶은 잔소리가 많았으나 이번 사건은 다음 설에 모여 그리고 평생 써먹으면 되니 잠시 접어두었다. 아빠께는 앞으로 그런 문자나 전화가 오면, 나는 모르니 아들과 이야기해라!라고 말하라고 말씀드렸다.

 

옆에서 들으시던 엄마가 한 말씀 거드셨다. 

"늬 아빠는 바보같이 왜 그걸 당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엄마도 저번에 전화가 와서는 '어머니~ 둘째 사위예요~ 갑자기 돈이 필요한데 얼마만 보내주세요~'".

라고 하길래

"그럼 우리 둘째 외손자 이름 좀 대봐!"

라고 하니 이상한 이름을 대더란다. 그래서

"지랄 말고 끊어!!!". 

하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지으셨다고 했다. 항성 엄마에게 잔소리를 하시는 아빠가 아무 말 못 하고 바쁠 테니 끊자고 하셨다. 

보이스피싱은 먼 곳에 있지 않다. 항상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으니 조심 또 조심, 그리고 의심 또 의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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