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생각의 생각7 TJ. 공중 화장실에 들어가 변기 앞에 섰다.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고개를 돌려보니 TJ가 서 있었다. 갓 스물을 넘겼을 때와 같이 깔끔하고 정돈되어 있으며 세월의 때가 묻어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TJ를 볼 때마다 윤기가 흐르는 검은 야생마가 생각났다. 아시아인 답지 않게 다리가 길고 상체가 짧은 편이었고, 긴 다리부터 엉덩이까지 이어지는 라인은 근육으로 탄탄했다. 하체에 비해 짧은 상체는 군살 없이 매끄럽고 과하지 않은 근육이 멋지게 자리 잡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거무잡잡한 피부는 근육을 더 도드라져 보이고 탄탄하며 심지어 윤기가 흐르는 것처럼 보였다. 그 멋진 몸은 물론 타고난 것도 있지만 운동으로 잘 가꾸어 놓은 조각상과도 같은 것이었다. 쌍꺼풀 없이 날카로운 눈과 작은 머리는 체형을 더욱 빛나게 .. 2024. 2. 16. 설날의 기억 설이 다가오고 있다. 매년 음력으로 같은 날 찾아오지만 이젠 나에게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어린 시절 설은 정말 신나는 날이었다. 학교는 어차피 방학이라 안 가도 되지만 반가운 친척이 찾아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고 세뱃돈은 항상 덤이었다. 충분히 자고 싶은 만큼 자고 일어날 때면 이미 부엌에서는 음식 준비 소리로 분주하였다. 아버지께서는 이미 전 날 장을 보셨기 때문에 어머니는 일찍부터 음식 준비를 시작하실 수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어머니께서 전과 튀김을 만들 준비를 해 두시면 아침 늦게 누나들이 일어나 하나, 둘 자리를 잡고 전을 부치고 튀김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 집은 거의 매년 같은 메뉴로 준비하였다. 주로 많이 한 메뉴는 동그랑땡, 오징어튀김, 고구마튀김, 야채 전, 동태 전, 오색꼬치.. 2024. 2. 6. 2023 아시안컵 16강 대한민국 vs 사우디아라비아 사실 저녁 11시 30분까지 회의가 있어 새벽 1시 30분에 시작되는 경기를 직접 보지는 못했다. 그냥 하이라이트로 경기내용을 훑어 보았다. 사실 나는 축구를 하는건 무척 좋아했지만 축구를 잘 보지는 않았다. 월드컵때만 반짝 챙겨보고 평가전이나 때때로 열리는 경기는 챙겨보지 않았다. 하지만 아들이 축구를 시작하고 나서는 멀리 직관을 갈 정도로 축구를 챙겨보게 되었다. 물론 나이가 들고 몸이 무거워지니 옛날 만큼 직접 축구하는 것에서 희열을 느끼지 못해서 인것도 있다. 사실 나는 일주일의 7일동안을 아들의 축구를 지켜본다. 월욜일부터 금요일 까지는 클럽에서 축구를하고 주말에는 대회나 개인 훈련을 따라 다닌다. 이렇게까지 축구를 시키게 될지 몰랐다. 6살 막바지 무렵 친한 친구가 축구를 다닌다는 말에 축구를.. 2024. 1. 31. 겨울의 기억 사람마다 각 계절마다 기억하는 느낌이나 감성이 있을까? 시골에서 자란 나는 계절, 분위기마다 기억하는 느낌이 있다. 나에게 어린 시절 겨울의 느낌은 까끌까끌한 담요의 느낌. 아궁이에서 나는 불냄새. 온기 도는 방에서 먹은 동탯국. 차갑게 언 손과 발 그리고 얼굴을 따뜻한 아랫목에 넣었을 때 몸에 퍼지던 온기. 적다 보니 생각보다 많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우리 집은 아궁이에 불을 때는 집이었다. 안방 뒤쪽에 아궁이가 있는 작은 공간이 있고 거기에 나무 가지, 마른풀 같이 풀을 피울 수 있는 재료들일 끝쪽에 쌓여 있었다. 공간 전체는 연기며 그을림으로 인해 벽 전체가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그 공간 쪼그려 앉아 불을 피우시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아직도 생각난다. 아직 다 마르지 않은 장작이 탈 때는 눈이.. 2024. 1. 29. 이전 1 2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