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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밥상

겨울방학

by 그럼그렇지 2024.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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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겨울방학 중이다. 딸은 올 해에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때문에 지금은 유치원 돌봄 교실에 있다. 맞벌이라 어쩔수가 없다. 나의 겨울방학은 어땠는가...지금 생각해 보면 천구이다. 우선 방학 전 학교에서 열심히 방학 계획표를 세운다.

대충 이렇게 빽빽하게 열심히 방학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오래가야 하루나 이틀이다. 지금 내 블로그처럼.... 방학식 때는 아주 자신만만했다. 일찍 일어나 부모님 일도 도와드리고, 공부도하고, 쉬지않고 무언가를 열심히 하리라... 그런데 우선 잠이 발목을 잡는다. 아침에 도저히 일어 날 수 없다. 시간이 밀리기 시작하면서 도저히 모든 계획을 할 수 없게된다. 그리고 타협이 시작된다. 특히 공부가 그렇다. 학교 다니면서도 하지 않았던 공부를 방학 됐다고 하는게 말이 안된다. 계획은 계획이고 실제 생활은 대략 이랬다. 자고 싶은만큼 자고 일어나, 아침밥을 먹는다. 그리고 친구들을 찾아 나간다. 점심은 알아서 해결한다. 친구네서 먹던 굶던. 그리고 오후 5시나 6시가 되면 집에 들어온다. 그리고 TV를 보고 놀다 잔다. 이 루틴이 꾸준히 오차 없이 반복된다. 

밖에 나가서 무엇을 하는지 살펴보면 대략 이렇다. JT네 집에 가면 혼자 집에 있던지 친구, 형아, 동생들이 같이 있다. 왜냐혀면 JT네 부모님은 맞벌이시라 아침부터 밤까지 집에 없으신 경우가 많다. 가서 게임을 하던지 화투(?)를 친다. 사실 어린애들이 화투를 치는게 많이 이상하지만 우리 동네에서는 나이 많으신 어른부터 아이들까지 자연스럽게 화투를 치고 놀았다. 가끔 쩜당 10원르 하는경우가 있었다. 그럴땐 구경하는 나도 심장이 쿵쾅 거렸다. 사실 나는 부모님이 돈을 잘 주시지 않았기 때문에 돈을 걸고 화투를 쳐본적이 없는 것 같다. JT네 집은 연탄보일러를 사용해서 집이 아주 따뜻했다. 그리고 밖에 나가서 놀때면 여기저기 어슬러 거리며 놀거리를 찾았다. 겨울은 주로 아지트를 만들어 놀던지 논과 밭을 뛰어다니면 놀았던 것 같다. 가끔 고구마를 구워먹고 아주 가끔 닭을 구워 먹었다. 물론 산 닭을 직접 잡아 구워먹은게 아니고 손질된 닭을 사서 구워 먹었다. 특히 놀이터에 있는 마을 도서관에서 자주 모여 놀았다. 그 곳에는 등유 난로도 있고 추운 바람도 막아주고 무엇보다 우리만 있을 수 있는 아늑한 장소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상하리만큼 동네 어른들이 잘 오지 않았다. 그곳에서 우리는 화투를 치고 보드 게임을 하고 놀았다. 가끔 나이 많은 형들이 저녁에 술을 먹었다고 들은 것 같다. 그곳에서 라면도 끓여 먹고 카드 놀이도 했다. 마치 아이들 마을회관 같은 곳이었다. 마을 중앙에 위치해 있어 아이들이 모이기도 쉽고 오가다 들릴 수 있었다. 지금은 마을에 아이들도 없고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 먼지만 쌓이고 전혀 관리가 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겨울 방학에는 산에도 많이 갔다. 그냥 산을 오르기도 했지만 가끔 토끼를 잡기위해 덧을 놓기도 하고 이상한 이야기나 상황을 만들어 산을 탐험하기도 했다. 앞은 논과 밭이고 뒤는 산이니 나가기만 하면 할 일이 엄청 많았다. 

지금 딸은 종일 유치원 돌봄 교실에서 놀고 있고, 축구하는 아들은 아침 9시부터 11시까지 드리블 레슨을 하고 집에와 밥을 먹고 엄마가 일하는 카페에 갔다가 요일에 따라 영어, 바이올린, 미술, 댄스를 다닌다. 나름 나때보다 계획적이고 루틴이 일정하다. 하지만 나때보다 자율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있다. 나때는 누가 옆에서 챙겨주지 않아도 혼자 알아서 놀고 먹고 자고 했지만 지금은 해야 하는 일에서부터 먹고 자는 것까지 모두 챙겨주니 자립심이 떨어질까 걱정이 되기도한다. 잘 모르겠다. 내가 아이들을 잘 키우고 있는것인지,,답이 없는 일은 불안하기 마련인가. 걱정을 좀 덜어내고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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