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대부터 현대까지, 배설의 방식이 바꾼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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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더스 문명부터 시작된 ‘위생의 개념’
인류 최초의 고도 문명 중 하나인 **인더스 문명(기원전 2500년경)**에서는 놀라운 유적이 발견되었습니다.
‘모헨조다로’라는 도시에서는 집마다 배수구가 설치되어 있었고, 공공 건물에는 공동 화장실과 샤워 공간도 있었죠.
이들은 배설물과 오수를 흘려보낼 수 있는 하수도 시스템을 갖췄으며, 도시 전체가 계획적으로 설계되어 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해요.
이후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크레타 문명에서도 배수 기술이 발전했으며, 특히 고대 로마에서는 도시 전체에 걸친 수도 시설과 공중 화장실 시스템이 있었습니다.
로마 시민들은 **공중 화장실(Latrina)**에서 나란히 앉아 용변을 보며 대화도 나누었고, 스폰지 막대를 공동으로 사용해 닦는 방식도 있었죠(지금 기준으론 끔찍하지만, 당시에 그건 일상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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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세 유럽, 후퇴하는 위생 개념
하지만 로마 제국이 몰락하고 중세로 접어들면서, 위생 개념은 철저히 무너졌습니다.
성 안에 사는 사람들은 창밖으로 ‘야채물통’이나 배설물을 던졌고, 도시는 악취와 오물로 가득했죠.
그나마 귀족들은 **성벽에 튀어나온 추락식 화장실(가리소)**을 사용했지만, 내용물은 성 아래로 그대로 떨어져 쌓이기 일쑤였습니다.
이러한 비위생적인 환경은 **흑사병(1347~1351)**처럼 치명적인 전염병의 확산을 불러왔습니다.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 사람들은 병의 원인을 신이나 마녀 탓으로 돌리며 고통을 감내했죠.
‘청결’과 ‘위생’이 곧 생명이라는 인식은 아직 시작도 안 된 시대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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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대 유럽, 위생의 중요성을 깨닫다
18세기 후반부터 유럽에선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공공위생 문제가 대두됩니다.
1858년 런던에서는 ‘대악취(Great Stink)’ 사건이 발생했는데, 템스강이 하수와 오물로 뒤덮여 도시 전체가 악취에 시달렸죠.
이 사건으로 영국 의회는 결국 대규모 하수도 공사를 시작하게 되었고, 근대적인 하수 시스템의 기초가 마련됩니다.
이 무렵부터 수세식 변기가 상용화되기 시작했으며, 토마스 크래퍼라는 영국 배관공은 현대 변기의 구조를 개량해 대중화의 기반을 마련했죠(이 때문에 영어 속어로 화장실을 ‘crapper’라고도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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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화장실은 ‘인권’이다
오늘날 우리는 물을 흘려보내는 수세식 변기, 자동 물내림, 심지어 온열 변좌까지 누릴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여전히 40억 명 이상이 위생적인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개발국가의 여성과 아이들은 화장실 부족으로 인한 질병, 성범죄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요.
유니세프, WHO, 세계화장실기구(WTO) 같은 국제기구들은 이를 생존권과 존엄성의 문제로 보고 적극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습니다.
매년 **11월 19일은 ‘세계 화장실의 날(World Toilet Day)’**로 지정되어, 이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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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그 공간이 바꾼 것들
화장실은 단지 개인적인 공간이 아닙니다.
도시 계획, 위생 개념, 공중보건, 성별과 계층 문제까지 아우르는 사회문화적 상징이기도 해요.
화장실의 역사 속엔 인류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겨왔는지, 어떻게 생존과 문명을 함께 발전시켜 왔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죠.
다음에 화장실에 들어갈 때, 잠깐 고개 들어 벽을 바라보며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나는 지금 인류 문명의 정수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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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약
• 고대 문명은 이미 배수와 위생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 중세 유럽은 오히려 위생 후퇴기로, 질병이 창궐했다.
• 근대 유럽은 하수도와 수세식 변기의 도입으로 위생혁명을 이뤘다.
• 현대에도 화장실은 인권과 직결된 문제다.
• 화장실은 인류 문명의 진화와 사회적 가치의 집합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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